

마지막에 서서 미래를 바라보며①
2024년 6월에 WFK KOICA-NGO 봉사단원으로서 라오스 프안밋 학교에 파견되었던 최은서 단원이, 2년간의 활동을 무사히 마치고 지난 6월 귀국했습니다. 그곳에서 함께 울고 웃으며 생활했던 소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라오스 사람들
라오스 우돔싸이는 지구가 둥글다는 게 체감될 만큼 하늘이 맑습니다. 하늘 한번 올려다보기 힘든 한국에서의 삶과는 달리, 여기서는 자주 하늘을 보게 됩니다. 워낙 시야가 트여 있어 고개만 들면 바로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날씨를 짐작해 보기 위해서입니다. 개발도상국의 삶이라 하면,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열악한 모습을 떠올리게 되고, 실제 그런 부분도 많지만, 앞으로 이곳이 발전되더라도 변하지 않고 지켜졌으면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수려한 산과 맑은 강 같은 자연환경 뿐 아니라, 그들의 순수한 마음과 있는 그대복할 줄 아는 삶의 자연스러움도 꼭 지켜나가면 좋겠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통제할 수 없는 자연의 불편함마저도 감수합니다. 아니, ‘감수한다’라기 보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돌풍과 폭우로 발생한 정전이 하루 넘게 이어져 휴대폰 배터리가 다 나가도, 다음 날 아침 햇살로 눈을 뜨고 학교에 나옵니다. 인덕션 대신 모닥불을 피워 밥을 하며, 모닥불 옆에 삼삼오오 모여 떠듭니다. “선생님, 사실은 일을 못 해서 좋아요.” 하고 장난스럽게 웃습니다. “나도.”라는 대답에 사람들은 큭큭 웃으며 다시 하루를 묵묵히 살아갑니다. 현대 문명이 잠시 멈춰도 살아가는 방법을 아는 것, 완벽하지 않아도 서로의 특성을 그대로 인정하며 살아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현시대 도시에 사는 우리가 잃어버린 감각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어 수업에선 ‘버 다이’ 금지!
제가 담당한 한국어 수업에서 항상 강조한 것은 한국어 지식이 아니라 태도였습니다. 이곳 학생들은 ‘버 다이’라는 말을 습관처럼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못한다’는 뜻입니다. 저는 시도해 보기도 전에 조금 어렵다고 생각되면 쉽게 포기하는 습관을 고쳐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수업 시간에 ‘버 다이’라는 말을 금지어로 정하고, 그 말을 하면 점수를 깎았습니다. 대신, 되든 안 되든 끝까지 하기만 하면 점수를 아낌없이 주었는데, 점수가 늘어나는 게 눈에 보이기 시작하자 학생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방과 후 한국어반 아이들과 한국어능력시험인 토픽 모의고사를 치른 것이 생각납니다. 학교의 한국어 정규 수업 외에 한국어를 좀 더 깊게 공부하는 수업이라, 교사인 저도 준비할 것이 많아 힘든 수업이었습니다. 공부할 것이 더 많고 어려운 수업인데도 한국어가 좋아서 모인 아이들이 참 기특했습니다.

방과후 고급반 아이들과 편지를 나누며
이렇게 모인 12명의 학생이 열심히 공부해서 한국어능력시험 모의고사를 보는 날, 누구 하나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고난도의 문제들을 풀어나가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예뻐 보였습니다. 예전에는 시도해 보기도 전에 ‘버 다이’라고 말하던 아이들이 이렇게 달라지고 성장했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시험 결과는 2급이 2명, 1급이 4명이었는데, 시험에 떨어진 학생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응원의 마음을 가득 담은 편지를 전했습니다.
한국어 초급반 학생들도 선배들을 따라 시험을 보고 싶다고 해서, 쉬운 난이도의 문제로 구성한 자체 모의고사를 진행했습니다. 점수 발표날, 작은 선물을 전달하며 그동안 공부하느라 수고 많았다고 격려해 주자 더 공부하고 싶다고 글썽거리던 아이들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도 프안밋 학교의 한국어 시간이 계속해서 즐거웠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무엇보다 자신의 삶 만큼은 함부로 포기하지 않는 아이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건강한 어른으로 사회의 주역이 되면, 언젠가 라오스의 사회도 변화될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