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드에서 부르는 나이팅게일의 노래②
차드 마하나임 리빙스톤 보건소를 시작하며 -
지난 호에 이어 차드 마하나임 리빙스톤 보건소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펼치고 돌아온 권태정 봉사자의 활동 후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암바타에서 약 1시간 떨어진 ‘리니아’에 봉사를 갔습니다. 그곳에도 치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사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상처를 소독하고, 연고를 발라주고, 아이들의 두피에 퍼진 곰팡이균을 발견해 우물가에서 직접 머리도 감겨주며 약을 발라 주었습니다. 눈 앞에 펼쳐진 현실은 생각보다 열악했고, 이곳의 일상이 얼마나 힘겨운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후 제 가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개인 물품 대신 소독약과 약품들이 그 자리를 가득 채웠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지역으로 출발했습니다. 3시간 반 동안 거친 길을 달려가 ‘마사꼬리’에 도착했습니다. 그곳도 리니아 못지않게 열악했습니다. 그동안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아보지 못한 주민들이 이미 긴 줄을 서서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상황은 안타까웠습니다. 모래바람으로 인해 눈이 심하게 충혈된 사람들, 거친 땅과 건조한 기후로 돌덩이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린 발 때문에 심한 통증을 느끼는 사람들, 만성적인 허리통증과 두통, 치통 등 다양한 통증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마주하며 이들에게 통증을 풀어주는 재활 운동과 마사지 방법을 정성껏 알려드리고, 충혈된 눈에 안약을 넣어주며, 조금이나마 이들의 통증이 줄어들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다시 마하나임에 돌아온 후에는 보건소 진료가 이어졌습니다. 날이 갈수록 이른 아침부터 먼 길을 걸어와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이 시간이 어쩌면 유일한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그 간절함으로 긴 기다림도 마다하지 않는 분들을 보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길게 늘어선 사람들을 보며, 더욱 신중하게 진료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깊어졌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진 작은 지식과 교육이 이들의 삶에 생각보다 정말 커다란 변화를 만들고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진료를 보는 도중, 발에 심각한 상처를 입은 한 여성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상처는 6년 동안 한 번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었고, 지속적인 감염으로 염증이 심각하게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이미 발의 일부 조직이 괴사해서 없어졌고, 다리에는 고름이 생겼습니다. 상처를 물로 씻어내고, 베타딘으로 소독한 뒤 항생제 연고를 바르고, 습윤 드레싱을 한 후 붕대를 감아 주었습니다. 이틀에 한 번 이렇게 꾸준히 상처를 치료하였고, 정성을 다하자, 어느덧 심각했던 상처 부위에 새살이 조금씩 차오르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귀국을 앞두고 현지 간호사에게 치료를 인계한 뒤,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상처 치료의 방향을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귀국 후에도 계속 연락하면서 함께 치료를 진행했는데, 처음에는 쉽게 회복하기 어려워 보였던 상처에 거의 살이 차올라서 치료를 마무리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며 말할 수 없는 감동과 기쁨이 넘쳐 넘쳐났습니다.
돌아보면, 지난 30여 년의 병원 생활은 이곳 차드를 위한 준비의 시간이었던 것만 같습니다. 이처럼 열악한 일상에 놓인 차드 사람들에게 제 경험이 가장 필요한 방식으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에 깊이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작은 관심과 사랑을 소외된 이들과 나누었을 뿐인데, 그것이 어느새 그보다 더 큰 사랑이 되어 돌아왔고, 그 과정에서 의료봉사가 지닌 가치와 매력을 더욱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