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냐 키베라에서 희망의 불씨를 지피다②
지난 호에 이어 케냐 키베라 슬럼가의 세이비어킹학교에서 활동하는 박숙영 활동가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위험 속에서도 계속되는 활동
현장에서는 이렇듯 꾸준한 변화도 있지만, 여전한 위험에 있기도 합니다. 특히, 방학 동안에는 아이들이 가장 큰 위험에 노출되곤 했습니다. 실제로 저희 학생 중 한 명이 방학 중에 성폭행을 당해 임신을 하게 되었고, 그 일을 신고했다가 오히려 그 범인에게 목숨을 위협받아 시골로 피신해야 했던 일도 있습니다. 이 안타깝고 아픈 일을 경험한 후, 방과 후와 방학 프로그램을 좀 더 체계적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이 안전한 공간에서 보호받으며 성장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학교 환경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케냐 정부가 슬럼 확산을 막으려 중앙에 도로를 내면서, 예전보다 학교 부지는 줄었지만, 접근성은 더 좋아지고 길도 안전해졌습니다. 결연 아동 모임이 있을 때마다 나이로비 도심에서 비싼 공간을 빌리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학교 이사장님이 “잠깐이라도 아이들이 슬럼에서 벗어나, 이곳으로 오는 일 자체가 새로운 삶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 후 저는 아이들을 데리고 나올 때마다 나이로비박물관과 파충류박물관을 방문하는 일정을 넣거나, 밖에서 수련회를 열어 좀 더 다양하고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학교 일부 교실 바닥은 나무로 되어 있어, 큰 움직임이 있을 때 나무 바닥에 영향이 가기도 하고, 책걸상도 낡고 불편한 점은 여전히 남아있긴 하지만, 키베라 곳곳에 여전히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는 친구들을 생각하면, 이것만으로도 참 감사한 마음입니다.

결연아동들과 박물관 견학
사랑으로 성장하는 아이들
지난 10년간의 지나온 모든 이야기는 책이나 뉴스로만 접하던 ‘아프리카 빈민가’가 아닌, 살아 움직이는 삶의 현장이었고, 매일 새로 피어나는 소망의 제목들이었습니다. 저와 가족은 이들과 잠시 머무는 것이 아닌, 매주 같은 사업장, 같은 골목, 같은 사람들이 있는 자리로 향했습니다. 처음에는 위태롭고 낯설기만 했던 아이들에게 사랑의 말을 전하며 위로하였고, 저 또한 이 아이들로부터 숨결 같은 사랑을 배웠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오랫동안 지내면서, 때로는 아이가 찾아와 “왜 내 기도는 안 들어주시나요!”라는 질문을 하며 속상해할 때는 함께 울기도 하고, “선생님, 저는 예전에 하나님이 저를 미워하시는 줄 알았어요. 왜 이렇게 가난하게 태어나게 하셨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선생님과 함께 지내고 배우면서 저를 사랑하신다는 걸 알게 됐어요.”라는 말을 들을 때는, 아이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건강하게 잘 자라나고 있음에 기쁨을 느끼며 또 하루를 살아갑니다.

세이비어킹 학교 학생들
여전한 필요와 간절한 소망
이제 아이들은 솔라밀크로 밤에도 불을 밝힐 수 있게 되었고, 키베라 최고의 성적을 내는 아이도 생겨났지만, 여전히 대부분은 깨끗한 물과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영양, 긴장하지 않고 학교를 오갈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이 필요합니다. 저 역시 한 줄기 빛을 붙잡고 작은 용기를 내어 다시 현장에 발을 내딛고 살아가는 이 시간이 소중함을 느낍니다.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순수한 노랫소리, 교실에서 들리는 웃음소리가 키베라의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 되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아이들, 꿈을 품고 미래를 그려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놀라움을 매일 경험합니다. 이 땅의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 사랑, 그리고 안전과 교육이 고루 채워지길 오늘도 간절히 기도합니다. 키베라의 어둠 속에서도 사랑의 빛이 계속 빛나길, 그리고 이 아이들이 따뜻한 관심과 사랑 안에서 건강하게 자라나길 소망하며, 여러분도 함께 응원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