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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도미니카공화국에서 새로 시작된 행복치과진료소②
2025-07-17

작은 희망의 끈이 되다

어느 날, 진료하는 날도 아닌데, 아이티 사람이 저를 애타게 찾는다고 하여 진료소로 발걸음을 떼었습니다. 한 청년이 휴지 한 움큼을 입에 대고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정을 들어보니, 아이티 난민으로 도미니카에 살며 일을 하러 가는 길에 경찰을 만났고, 돈을 요구하는 경찰에게 아무것도 없다고 하자 폭행을 당한 것이었습니다. 윗입술이 5cm 정도 찢어져 급히 병원을 가야 했지만, 병원에 가라는 말도 듣지 않고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얼마의 정적이 흐른 후, 그 청년에게 입술이 조금 삐뚤어지게 봉합될 수도 있지만, 상관없다면 해보겠다하니 그제야 저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치료가 끝나고 갖고 있던 항생제와 소염진통제를 주었는데, 청년은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떠났습니다.

일주일 뒤에 또 누가 저를 애타게 찾는다고 하여 나가보니, 그 청년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먼저 눈이 간 곳은 그의 입술이었는데, 봉합이 생각보다 잘 되어있었고, 저를 보자 조금은 익살스런 웃음을 띠며, 이번에도 고맙다는 말도 없이 실밥을 풀어달라고 하였습니다. 실밥을 풀어준 뒤에야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저를 안아 주었습니다. 연신 메시 봉제, 메시 봉제(하나님 감사합니다!)”하면서, 신이 난 발걸음으로 떠났습니다. 이렇게 밝고 에너지 넘치는 청년이었다니! 경찰에게 폭행을 당했어도 어디에 하소연할 곳도 없고, 치료받으러 갈 곳도 없는 처지에 있던 청년이, 작은 희망의 끈을 붙잡고 저를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30도 이상의 기온에 80~90%의 습도를 가진 도미니카에서 에어컨도 없이 매주 진료하는 것이 때론 힘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간절히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희망의 끈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것과 작은 섬김으로 이곳에 찾아온 사람들의 삶이 변화되는 모습을 보면, 그간의 힘듦은 잊게 되고 오히려 감사로 채워집니다.



새로운 행복치과진료소

3년 동안 사용한 낡은 이동식 덴탈 유닛(수술 기계)은 종종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압력을 견디지 못해 공기가 새고 물이 뿜어져 나오면, 진료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급히 찢어진 튜브를 교체하고,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수리하면서 진료를 이어갔는데, 때로는 "기계가 고장 나거나, 장갑과 마취제가 떨어지면 진료를 멈겠습니다!"라고 그분께 투덜거리기도 했습니다. 놀랍게도 장갑과 마취제가 떨어지려고 할 때마다, 먹고 살기도 힘든 환자들에게 어떤 마음의 감동이 있었는지, 자발적으로 후원을 해주었고, 그렇게 진료를 계속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낡은 장비를 계속 사용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을 때, 프렌즈 후원을 받아 새로운 행복치과진료소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환자들이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또한, 도미니카 현지 치과의사와 좀 더 깊은 교제와 협력진료가 가능하게 되었고, 치과가 없는 산골지역에 이동 치과 진료를 계획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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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행복치과진료소


행복치기공아카데미를 시작하다

치과 진료를 시작하며 도미니카에서 살고 있는 아이티 난민들의 안타까운 삶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현재 아이티와 도미니카공화국은 팽팽한 긴장 상태에 처해 있습니다. 매주 만 명씩 추방하겠다는 도미니카 대통령의 선포로 무자비하게 아이티인들을 도미니카에서 추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이티 사람들 안에 돌고 있는 동영상들을 함께 보다 보면... 버스를 세워 한 명, 한 명 신분증 검사를 하고, 잠깐 쓰레기를 버리러 집 앞에 나온 사람이 잡혀가고, 젖먹이 아기를 도미니카에 두고 추방당하는 어머니의 부르짖음까지... 그 안타까움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치과를 찾는 가난한 환자 중에는 틀니가 필요하다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전문적인 직업이 필요한 아이티 난민들에게는 치기공 직업교육의 기회를 주고, 틀니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저렴한 가격에 틀니를 제공하는 행복치기공아카데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행복치과진료소와 행복치기공아카데미가 이들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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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후 기뻐하는 아이티 난민

 

따뜻한 빛을 비추는 곳이 되길

우리가 아무리 작은 씨앗을 심더라도 그분은 자라나게 하십니다. 작은 섬김이지만, 이를 통해 변화되는 삶을 보게 하시고 더 큰 꿈을 꾸게 합니다. 고통 속에서 희망을 붙들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곳이 따뜻한 빛을 비추는 장소가 되어, 단순히 치아를 치료하는 공간을 넘어 그분의 사랑과 희망의 통로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여러분께서도 함께 응원해주시고 따뜻한 관심을 보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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