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프렌즈 신규 사업장으로 협력하게 된 차드 사업장의 소식을 여러분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진흙 속에 감춰진 진주 같은 아이들을 만나고 1년이 지난 지금, 차드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차드에서 새로운 의미의 내일을 기다리는 마음을 배우며,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김혜정 활동가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차드의 하루와 한국의 하루는 시간의 변화와 마음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매일 배우고 있습니다. 이곳 사람들이 “차드에는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다”라는 말을 합니다. 그것은 우리의 상식으로 오늘 일을 끝내야 하면 반드시 끝내야 하는데 차드는 모든 면에서 느리고 서두르는 법이 없어 저는 새로운 의미의 ‘내일’을 기다리는 마음의 시간을 배우고 있습니다.
학부모님들과 상담하는 모습 우유컵을 들고 좋아하는 아이들
폭우로 인해 학교에 물이 들어와 온통 풀로 덮여있던 운동장도 아름답게 변하고, 담도 생겼습니다. ‘두 교실만이라도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은데...’라는 생각만 했었는데, 며칠 후, 한국에서 후원 연락이 왔습니다. 저희 교사들과 아이들에게 그분의 신실하심과 은혜를 삶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마하나임초등학교’는 현재 1, 2학년 38명 학생과 교직원 5명, 방과후 디렉터 1명이 함께 교육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학부모님들과 상담을 한 적이 있는데, 아이들이 경험한 것이 없어, 모두 축구가 취미였고, 공부보다 먹는 것이 해결되어야 하는 어려운 가정환경이다 보니 배부르면 기쁘고 배고플 때는 슬플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자아이들은 취미와 특기를 물으면 거의 대답을 못합니다. 빨래하고 물을 길러 가야 하고 동생들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 전부였기 때문입니다. 전학을 온 아이에게 마하나임 학교에서 제일 좋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빵과 우유를 주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제가 원했던 답은 선생님이 잘 가르친다는 말이었는데 말입니다.
한번은 ‘디망시’라는 아이가 말라리아에 걸려 열이 40도인 채로 학교에 왔습니다. 교무실에 누워있으면서 배고프다고 말하길래 빵과 우유를 주니까 우유는 마시고 빵을 가방에 넣어 집으로 가더군요. 열이 펄펄 끓는 상황에서도 빵을 받기 위해 학교에 온 것이었습니다.
축구반 방과후 수업중
저에게 불어를 가르치고 한국어를 배웠던 프레드릭의 한국어 실력이 일취월장해서 이제는 제가 한국어로 말하면 불어로 통역을 합니다. 한국어, 불어, 종족어인 움감바이어가 한자리에서 통역되기도 합니다. 교직원들이 처음에 제 서투른 불어를 잘 못 알아들었는데 이제는 웬만큼 제가 말하는 것을 다 알아들으니 서로가 많이 친해지고 적응한 것 같습니다.
올해 초부터 프렌즈의 도움으로 방과후 프로그램을 시작해 불어(2개반), 수학, 즐거운 스포츠, 축구반 이렇게 5개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하나임 학생들 뿐 아니라, 지역의 다른 학교 학생들에게도 문을 열어 함께 수업하고 있습니다. 계획보다 더 많이 와서 기쁘기도 했지만 방과후 프로그램을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추후에 아이들과 방과후 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서 아이들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얼마 전, 프렌즈 정기소식지에 마하나임초등학교가 소개되고 표지에 수업하는 저희 아이들 모습이 실리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실린 사진을 보여주니까 매우 좋아하고 본인들의 얼굴이 있다고 신기해합니다.
- 다음 컬럼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