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6·25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70년이란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이 전쟁의 마침표를 찍는 시기는 아직도 기약이 없습니다. 한때는 손을 내밀면 잡힐 듯, 통일이 마치 우리 앞에 다가온 것처럼 보일 때도 있었지만, 통일을 목전에 두고 쓰라린 상황만 겪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우리 곁에 와 있는 ‘북한이탈주민’들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귀순 용사, 탈북자, 새터민, 탈북민, 북한이탈주민 등 이 땅에서 그들의 이름은 시류에 따라 다양하게 불렸습니다. 이방인처럼 느껴지는 그들은 대한민국에 입국한 후 국가정보원과 하나원을 거쳐 3개월 이상 국내 정착 교육을 받습니다. 그 후 전국 곳곳으로 거주지 배정이 되어 새로운 세상에 대한 부푼 마음을 안고 찾아가지만, 그들은 어디서든 여전히 이방인입니다. 같은 나라에 살고, 한민족이라 부르지만, 어쩌면 외국인보다 더 낯선 그들. 우리는 어떻게 그들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북한 생활과 탈북 과정 중 겪게 되는 극심한 트라우마, 북한, 제3국, 남한에 도착하기까지 여러 번 겪게 되는 가족해체, 치열하고 경쟁적인 새로운 사회체제에서 반복되는 수많은 좌절 등 많은 어려움이 북한이탈주민들을 고통스럽게 하지만, 그 중 가장 고통받는 대상은 아마 북한이탈주민의 자녀(이하 ‘북한이탈 다음세대’)들일 것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프렌즈가 새롭게 눈맞춤을 하고 있는 북한이탈 다음세대와 이들을 위한 사업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들은 남한 입국 후 고향에서 못다 한 학업을 이어가며 꿈을 일궈 갑니다. 일부는 남한의 일반 학교에, 대부분은 교육청 인가를 받아 고졸 학력을 갖출 수 있는 대안학교 혹은 검정고시를 준비할 수 있는 민간 교육단체에 진학합니다. 그러나 오랜 학습의 부재와 학력 격차로 대학 진학은 여러 난관에 부딪힙니다. 결국 학업을 포기하고 생활 전선에 뛰어들지만, 경제적 능력의 부족으로 홀로서기에 실패하는 등 사회 취약 계층으로 전락하기 일쑤입니다. 이들이 그러한 좌절을 최소화하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으고자 시작된 것이 바로 프렌즈의 ‘통일 인재 양성’입니다.
그 첫 번째 씨앗은 올해 서울 소재 S대학에 진학한 김모 학생입니다. 양강도 대홍단군에서 온 김모 학생은 탈북청소년대안학교에서 학생회장을 맡을 만큼 리더십을 갖추었고, 뜨거운 학업 의지를 갖춘 학생입니다. 프렌즈는 김모 학생의 상황을 다각적으로 고려하여 북한이탈 다음세대를 위한 기숙사 장학생 제1호로 선발하였고, 강동구 모처에 1인 기숙사를 제공하였습니다. 현재는 제2호 기숙사 장학생을 선발하고 있으며, 북한이탈 다음세대를 잘 이해하고, 평소 이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하고 섬겨온 신뢰할만한 전문자원봉사자들이 이들의 학업과 생활을 함께 돕고 있습니다.
여건상 1인 기숙사는 리더로서 집중 육성이 필요한 소수 인원에게만 제공될 수 있어서, 다른 학생들을 위한 장학사업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1차적으로 후원이 필요한 17명의 학생을 추천받았고, 그중 우선 6명의 학생이 외부 장학재단으로부터 장학금을 받게 되었으며, 남은 11명의 학생을 위한 장학기금도 조성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부방에서 학업중인 장모군
이 모든 활동의 토양은 만 2년 전부터 준비되었습니다.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상담과 학습 지원, 멘토링 등으로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온 자원봉사자, 후원자가 있었으며, 최근에 이분들의 헌신이 한데 모여 보다 체계적으로 이들을 돕고 섬길 수 있는 거점 공간 두 곳이 오픈되기도 했습니다. 이 중 한 곳은 특히 학생들에게 필요한 학습을 제공하는 공부방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다른 한 곳은 전문직업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소양과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직업교육의 장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이들과 지역사회의 남한 청년들이 활발히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서로의 거리를 좁혀가며 작은 통일을 먼저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런 활동이 삽시간에 입소문을 타고 인천, 경기도 양주, 충북 청주, 전남 광주 등 전국 각지로 흘러가 배움과 정에 목마른 북한이탈 다음 세대들의 문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통일을 이루어갈 다음 세대들은 이미 뜨겁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들의 온기가 독자 여러분께 단 1도의 손실 없이 고스란히 전해지길 바라며 이 온기를 계속 지켜주실 후원자, 자원봉사자의 참여를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