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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 꼬~옥 안아주세요.
2023-09-27

지난 8년 동안 한결같이 프렌즈에 사랑을 보내온 작은 천사들이 있습니다.

바로 ‘왕가의아이들’ 인데요, 해마다 ‘사랑 나눔 바자회’를 통해 소중한 나눔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바자회를 위해 아이들은 직접 만든 홍보 전단지를 나누고, 당일에는 어엿한 꼬마 사장님으로 판매도 합니다. 고사리손으로 만든 수제청과 김밥과 같은 먹거리도 있고, 아끼던 장난감과 동화책, 옷과 악세사리가 새 주인을 만나러 나오기도 합니다. 특히 ‘싱싱 신나는 야채가게’는 ‘애벌레나라 최고 맛집에서 가져온 상추’, ‘초코송이만큼 맛있는 버섯’, ‘토끼 몰래 가져온 당근’ 같은 재밌는 표현으로 눈길을 끄는데요, 옥상에서 아이들이 키운 야채가 선 보이기도 하니, 정말 신박하고 멋진 바자회가 아닐 수 없습니다.


바자회를 마치고 후원금 전달식 날, 아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우크라이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한국에서 우크라이나 난민 가정을 돕고 계신 남올가 님과 난민 당사자인 빅토리아 님이 함께 참석해 주셨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바자회 준비과정과 당일의 이모저모를 담은 영상을 본 후, ‘왕가의아이들’의 특별한 교육 철학을 담은 ‘작은 대통령’이 아이들 대표로 나와 후원금을 전달해 주었습니다. 원래 아이들은 재밌고도 똑소리 나는 질문으로 저희를 종종 긴장시키곤 하는데요, 이날은 웬일인지 너무나 조용했습니다. 아이들이 좀 더 시간이 필요한가 싶어 먼저 질문을 했습니다. 

“선생님, 하루빨리 전쟁이 끝나고 우리 아이들이 우크라이나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시간이 오면 좋겠는데요, 우크라이나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전쟁이 있기 전에는 우리처럼 평범하고 행복한 일상을 사는 곳이었을 텐데, 지금은 전쟁과 죽음의 공포가 먼저 떠오르는 곳이 되었으니, 그곳이 어떻게 아름다운 곳인지 먼저 이야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정말 정말 아름다운 곳이에요. 아름다운 자연, 산과 계곡이 있고, 아름다운 바다가 있어요. 맛있는 음식도 많지만, 무엇보다 정말 착하고 친절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선생님의 눈가에 스치듯 눈물이 보였습니다. 한 아이가 10점 만점에 몇 점을 주겠느냐고 묻자 선생님은 “10점이 만점이라면 10점을 모두 주겠어요. 내가 사랑하는 나라니까요.”라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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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달리 질문이 짧게 마무리 되었는데, 원장님께서 “우리 친구들이 안아드리면 어떨까?”라는 제안을 했습니다. 아이들은 머뭇거리지 않고 한 명씩 나와,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려고 바닥에 앉아 있던 빅토리아 선생님에게 다가오더니 꼭 끌어안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데 저희 모두 눈물이 났습니다. 아이들은 아무 말 없이 나와서는 토닥이듯이, 한편으로는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 같은 깊은 포옹으로 선생님을 뜨겁게 안아주었습니다. 


전달식을 마치고, 원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들이 질문을 하지 못했던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이 도착하기 전 아이들은 그야말로 폭풍 질문을 했었는데, 어른들이 벌이는 이 알 수 없는 전쟁을 아이들이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그 전쟁 때문에 아픔을 겪은 사람을 마주하면서 행여 실수할까, 마음을 더 아프게 할까 매우 조심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사려 깊은 아이들의 행동과 깊은 포옹은 그 어떤 말보다 강력하고 의미 있는 위로가 되어 빅토리아 선생님의 마음을 감싸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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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후원금은 한국에 체류 중인 난민 자녀들의 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심리, 정서적 프로그램에 사용될 예정이었으나, 소중한 후원이 더 절실한 곳에 사용되기를 원하는 모두의 뜻에 따라 우크라이나 현지에 남아 있는 아동들을 위해 전달되었습니다. 선생님을 위로했던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과 포옹이 현지 아동들에게도 전달되고, 하루빨리 전쟁이 끝나 아름다운 우크라이나를 직접 보고 눈에 담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합니다.  


* 프렌즈는 우크라이나 긴급구호활동의 일환으로 우크라이나 현지 지원과 국내 체류 중인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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