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호에 이어 튀르키예 지진 피해 현장의 두 번째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이재민들과 함께 대피소에서
지진이 나고 한동안 대피소에서 생활했어요. 복귀 후에 바로 긴급구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긴급구호봉사단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물자도, 재정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함께 뛰어줄 사람이 필요했어요. 여진이 계속되는 위험한 상황이라 와줄 사람이 있을까 싶었는데, 기적처럼 봉사단이 들어오게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지진구호팀이 홍수구호팀이 되고...
드디어 1차 긴급구호봉사단이 저희 베이스가 있는 피해지역에 도착했습니다. 그날 강력한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해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내리더니, 1차 봉사단 일정이 거의 끝나갈 무렵까지 이어졌습니다. 두려움에 파손된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거나 집을 잃은 난민들은 갈 곳을 잃은 채 방황하고, 약해진 지반에 폭우가 쏟아지니 겨우 버티던 집과 건물도 속절없이 무너지기 시작했어요. 도시는 물에 잠기고, 차량은 떠내려가고, 센터 지하실도 물이 차올라 긴급히 작업해야 했고요. 터키 방송이나 외신에서 실시간으로 보도될 정도로 피해가 컸습니다. 단전과 단수도 며칠째 계속되었고, 흩어져 있는 난민 가정들에 생수를 공수하느라 밤낮으로 뛰어다녔습니다. 저희가 10년 동안 겪을까 말까 했던 것들을 단원들은 10일 만에 다 겪었던 것 같아요. 난민들의 사정은 더 심각했습니다. 비 오던 첫날 텐트촌에 비닐을 치고 보호막을 만드느라 애를 썼는데 하루 만에 다 사라지고 무너져 버렸습니다. 물이 차서 젖은 상태로 난민 아동들이 쪽잠을 자느라 감기에 걸리고 없던 병도 생길 지경이었지요. 지진구호인지 홍수구호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였는데 감사하게도 단원들이 굴하지 않고 책임을 다해줬습니다.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구호 물품을 배분하고, 난민촌을 방문하고, 망가진 집들을 수리하며 페인트칠을 하고, 지치지 않는 에너자이저처럼 미소를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얼마나 큰 힘을 얻었나 모릅니다.
사마 이야기
활동 중에 만났던 ‘사마(가명)’ 라는 여성이 있습니다. 사마에게 쌍둥이 아들이 있었는데, 시리아 내전 중에 모두 잃었어요. 튀르키예로 와서 다시 쌍둥이 딸이 생겼는데 이번 지진으로 또 잃게 되었습니다. 사마는 시리아 난민이 겪는 아픔을 모두 겪은 여성이에요. 여러 번 결혼해야 했고, 심한 가정 폭력과 원치 않는 강제결혼으로 고통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며칠간 사마의 집을 방문해 지진으로 망가진 집을 고치고 페인트칠을 했어요. 오랜 시간 무기력했던 사마가 저희와 함께하면서 조금씩 살아나더니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밝은 모습으로 회복되기 시작했죠. 너무나 뭉클하고 행복했어요.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인가
재난을 직접 겪어보니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었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저희는 ‘곁에 함께 있어 주는 사람’이라고 답했어요. 이재민들이 “우리 곁에 아무도 없었을 때, 함께 있어 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하더라고요. 저희 역시 그들을 의지했고 그들로부터 힘과 위로를 얻었습니다. 서로의 이웃이 되었던 것이죠. 어떤 순간이 오든 항상 이들과 함께 있고 싶어요. 그것이 지진을 통해서 다시 한번 확인한 저희가 가야 할 길이기도 합니다.
재난 상황에 자주 노출되다 보니 어느새 우리는 재난을 숫자로 먼저 인식하는 안타까운 세상에 살게 된 것 같습니다. 이재민들은 수많은 숫자 중 하나가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아가던 존엄한 생명이고, 사랑받는 가족이자 이웃이라는 사실을 떠올려봅니다. 이번 지진은 시리아 난민들에게 12년 내전보다 더 큰 충격과 고통을 주었습니다. 누가 강도 만난 이들의 이웃이 되어줄 수 있을까요? 저희와 함께 이들의 곁에서 이웃이 되어줄 그 한 사람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