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2월 6일 새벽 4시 16분, 규모 7.8의 강진이 튀르키예 동남부와 시리아 서북부를 강타했습니다. 같은 날 오후 1시 24분, 다시 규모 7.5의 강진이 있었고, 6천 회가 넘는 여진이 이어졌으며, 2월 21일에는 규모 6.4와 5.8의 지진이 발생하였습니다. 튀르키예 재난위기관리청(AFAD)이 발표한 튀르키예 지진 피해 사망자 수는 50,399명, 부상자는 107,204명(4/6기준)이며, 시리아 보건부와 화이트헬맷이 발표한 시리아 지진 피해 사망자 수는 7,259명, 부상자는 12,000명 이상(4/25기준)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두 피해지역의 공통점은 ‘시리아 난민’입니다. 1차 강진의 진원지였던 가지안테프는 시리아 난민들이 몰려들어 2021년 기준 인구가 213만 명까지 불어난 곳이며, 시리아 북부 국경지대는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 내전으로 발생한 난민들이 집중되면서 세워진 난민촌이 많은 곳입니다.
프렌즈는 3월 13일과 4월 5일 2회에 걸쳐 봉사단을 파견하였고, 이재민을 위한 긴급구호키트 배분과 피해 주거지 보수 및 재건, 아동 및 청소년을 위한 정서 지원 프로그램 등의 긴급구호 활동을 전개했습니다. 지진 발생 후 5개월이 흐른 지금, 안타깝게도 사람들의 관심은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고통은 끝나지 않았고, 상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현지에서 함께 지진을 겪었고, 시리아 난민들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친구로 함께 아픔을 극복해 나가고 있는 이비전, 이룸 두 활동가의 이야기를 통해 현장의 소식을 나누고자 합니다.
지진이 시작된 날
새벽 4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어요. 눈을 떴는데 뭔가 흔들리고 있더라고요. 위를 보니 전등이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어요. 지진이었던 거죠. 빨리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남편 말을 듣고는 내복을 입은 채 뛰어나왔어요. 그날 참 추웠습니다. 저희가 사는 곳은 영하로 떨어진 적이 없는데, 그때는 때아닌 눈도 많이 오고 기온도 영하였어요. 날씨는 춥고, 집에 들어가고 싶지만, 다들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쉽게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죠. 그렇게 아침을 맞고, 정오가 지나서야 집으로 들어가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번째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1차 때 충격을 견디고 버텼던 건물들이 2차 때 순식간에 무너지기 시작했어요. 공포에 질린 사람들이 사방으로 뛰어나오고, 차들은 엉키고 도로를 지나다 전복되고, 아비규환이었어요. 전쟁이 나면 딱 이런 모습이겠구나 싶더라고요.
생사의 갈림길에서 흔들리는 사람들
지진이 나기 전에 들어온 봉사팀이 있었는데 마지막 일정을 남겨두고 지진이 발생했어요. 머물던 숙소 바로 뒷 건물이 지진으로 완전히 무너져 내렸습니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무너진 건물 사이에서 손을 들고 살려달라고 외치는 아이들을 보고 있는대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으니 모두 충격에 빠졌습니다. 하루 전까지 이곳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치열하게 얘기를 나눴는데 절체절명의 순간이 되자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빨리 공항으로 데려가 달라, 티켓은 왜 구할 수가 없느냐, 아이가 있어 꼭 가야 한다 등등. 공항도 폐쇄되었고 도로유실로 공항에 갈 수도 없었지만, 우리보다 더 어려운 이들을 섬기는 것이 우선순위다 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마음이 진정되자 뼈아픈 반성이 이어졌어요. 생사의 갈림길에서 자신의 안전과 안위가 먼저였던 스스로의 모습이 아프게 다가온거죠.
사랑하는 제자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시리아 난민들은 대부분 임시 거처에서 살거나 노후된 주택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안전이 너무나 걱정되었어요. 여기저기서 소식을 받고 있었는데 걱정이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남편이 키우던 제자의 소식을 듣게 되었는데 저희가 너무나 사랑하고 아끼던 제자였어요. 태권도 유망주였죠. 1차 지진 후 집에 들어갔다가 2차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졌는데 아이와 함께 들어간 7명의 가족 모두가 그 자리를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품어왔던 꿈을 채 펼치기도 전에 그렇게 아이를 하늘나라로 보내줄 수밖에 없었어요.
- 튀르키예 지진 현장의 이야기는 다음 호에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