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이어, 페루 쿠스코 ‘팬데믹 고아 지원 프로젝트’의 남은 이야기들과 팬데믹 속에서도 아이들에게 끊임없는 사랑을 나누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값진 열매를 맺어가고 있는 페루 무후 센터(이하 ‘센터’)의 소식을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끄리슬렌과 동생들
12살 여자아이 끄리슬렌과 동생들이 사는 집을 방문했습니다. 끄리슬렌과 남동생인 요셉은 팬데믹 이전에 쿠스코의 정글 지역인 ’뿌에르또 말도나도‘라는 마을에서 부모님과 함께 풍족하지는 않지만,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코로나로 인하여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재혼하게 되면서, 2명의 동생이 더 생기게 되었습니다. 돌봄의 손길이 필요했던 끄리슬렌과 동생들은 할머니 댁에 맡겨졌다가, 형편이 더욱 어려워 지면서 이모가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쿠스코의 단칸방으로 이사를 왔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학교 갈 때 꼭 필요한 학용품을 전달하면서 아이들의 사는 모습을 살펴봤는데, 좁은 방 하나에서 서로 의지하며 넉넉지 않은 음식을 나눠 먹는 모습을 보니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어두침침한 방처럼 마음의 상처와 어려움으로 웃음을 잃은 아이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전해주어, 다시 환한 미소와 꿈을 되찾을 수 있는 선물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배움의 기쁨을 알아가는 야넷
감사하게도, 이 프로젝트를 통해 센터 주변 아이들 외에 다른 마을에도 센터 프로그램을 소개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의 호응이 좋아, 주변 지역에서도 프로그램을 열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신청한 마을들을 방문하여 사전 조사를 하고, 신중히 논의한 끝에 드디어 한 마을을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비바엘페루‘라는 마을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이 진행될 마을회관에 교육에 필요한 책상, 의자, 비품들을 급히 마련하고, 참여할 아동을 신청받았습니다. 생각 보다 학부모들의 관심이 뜨거워, 마을회관에서 수용할 수 있는 인원보다 훨씬 많은 아동들이 지원했기 때문에 접수를 서둘러 마감해야 했습니다. 더 많이 받고 싶었지만,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은 프로그램이 시작되기도 전에 찾아와 “언제 시작해요?”라고 자주 물어보곤 했는데요, 결국 아이들의 귀여운 성화에 못 이겨 프로그램을 일정보다 앞당겨 시작하였습니다. 대단한 아이들이죠?^^
그렇게 함께 공부하고 배워나가는 소중한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한 중년 여성이 센터 문밖에서 서성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학부모인 줄 알고 말을 건네자, 본인의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어릴 때 부모가 절 학대하고 버린 탓에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했어요. 글을 배우고 싶어요. 저도 이곳에서 공부하고 싶어요.” 잘 타일러 돌려보내려 했지만, 그녀는 센터 문 앞을 계속 서성이며 간곡하게 부탁했습니다. 그 모습이 안타까워서 결국 센터에서 함께 공부하기로 했습니다. “어서 와요, 야넷. 숙제는 꼭 해야 해요 알겠죠?” 그제야 그녀는 아이들 틈에 자리를 잡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지금 야넷은 글도 배우고 말씀도 알아가고 있습니다. 센터 아이들도 기특하게 야넷이 잘 배울 수 있도록 함께 도와주고 있습니다.
지난 2년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어떻게 하면 좀 더 사랑을 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우리의 진심이 잘 전달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지혜를 구하고 있지만, 그래도 분명한 것은 우리가 나누는 따뜻한 마음과 손길이 아이들에게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었고, 그들을 돌보는 친척들에게도 삶의 희망이 되어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센터가 아동뿐 아니라 야넷과 같이 간절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들에게 사랑의 씨앗을 심는 곳이 되고, 척박한 땅에서도 피어나는 꽃처럼, 어려운 삶 속에서 더욱 아름답게 피어나는 기쁨을 함께 나누는 곳이 되기를 원합니다. 이 소망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여러분들의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