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여러분이 살고 계신 곳에 시원한 날씨, 깨끗한 물, 전기가 없다면 어떤 생각이 드실까요?
제가 있는 서부 아프리카 차드(Tchad)는 이 세 가지가 없는 곳입니다.
‘아프리카의 죽은 심장’ 이라고 불리는 차드, 이 이름에서 느껴지는 절박함을 이미 감지하셨습니까?
수도 은자메나를 제외하고는 전기도, 더위를 식힐 시원한 날씨도, 목마름을 해결할 깨끗한 물도 쉽게 구하기 어려운 나라가
바로 ‘차드’입니다.
- 차드 현지활동가 김혜정 -
황량한 사막인 이곳에도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하루 한 끼로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땅에는 무엇 하나 제대로 되어 있는 것이 없습니다. 뭔가를 해보고 싶어 이땅을 찾아온 사업가들도 도로가 없는 것에 놀라고, 변변치 않은 하수도 시설에 놀라 곧 이 땅을 떠나고 맙니다.
국민소득 912달러(2019년)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2위, 불어를 사용하고 3월에서 6월에는 40~50도가 넘는 더위와 모래바람이 부는 나라, 풍토병으로 평균수명이 48세인 나라, 어린아이들의 사망률이 높은 이 나라가 바로 차드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친절한 미소로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들과 함께 이곳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이 참 행복합니다. 아마 교직을 내려놓고 이 땅에 헌신하고 싶었던 이유가 이들의 미소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차드의 낯선 언어 속에서 제 귀에 제일 먼저 들린 단어는 ‘Aujourd’hui’입니다. 이곳 사람들의 일상 대화에서 이 단어를 많이 사용합니다. ‘오늘’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입니다. 건강히 살다가도 풍토병과 말라리아로 갑자기 죽는 사람이 많은 이들은 내일이 없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하루 잘 먹으면 다행인 나라가 차드입니다. 저에게 불어를 가르치는 프레드릭에게 한국에서 선물을 보낸다면 무엇을 받고 싶으냐고 물으니, “차드는 먹을 것이 없습니다. 먹을 것을 주십시오. 그리고 좋은 학교가 필요합니다”라고 말합니다.
현지 교사들과 교제를 하면서 멀리서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곳의 관례상 부모들 중에 한사람이 죽게 되면 아이는 큰아버지집이나 작은 아버지 집으로 보내집니다. 그러면 아이는 친척집에서 학교를 다녀야합니다. 학교가 멀면 편도로 두 시간에서 두 시간 반을 걸어 통학합니다. 생각해보십시오. 40~50도를 오가는 날씨에 아이들이 학교에 오기 위해 걷습니다. 이곳에서는 더위를 피해 이른 아침 7시 반에 수업이 시작하기 때문에 아직 해가 뜨지 않은 5시 반에 집에서 출발해야합니다. 그래서 먼 학교를 다니기 힘들면 학교를 그만두고 그 친척집에서 일을 해주고 밥을 얻어먹습니다. 그럼에도 학교를 다니겠다는 의지가 있는 아이는 멀어도 학교를 다니는 것입니다. 물론 돌봐주는 친척들의 마음은 ‘아이가 그냥 학교를 다니다 말겠지.’하는 마음이라 전학을 시켜주는 일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자전거가 교사들도 갖기 어려운 귀한 물건인지라 아이들이 타고 다닐 때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훔친 것은 아닌지 의심을 합니다.
그래서 자전거 증명서도 만들어 주었습니다. 자전거 수리 담당자를 두어 관리하고 있지만, 길이 나쁘고 가시가 많아서 바퀴가 쉽게 상하지 않도록 가죽벨트를 대는 등 사고나 고장을 예방하는 것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제가 길을 가면 많은 아이들이 언제 또 자전거가 오냐고 물어봅니다. 아이들에게 프렌즈가 하는 일을 소개하면 큰 기대와 소망을 갖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여러분들이 프렌즈를 통해 후원해 주신 마음과 정성은 여러분이 잘 알지 못하는 차드에서 살아가고 있는 예쁘고 착한 아이들에게 아주 큰 선물이 되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차드는 가난한 나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는 서로 나눠먹는 풍습이 있습니다. 아마도 배고픔의 고통을 서로 알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에게 빵과 과자를 나눠주면 조금만 먹고 쥐고 있습니다. 집에 있는 동생과 엄마에게 가져다주려고 하는 것입니다. 현지인집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방 하나에 불빛도 없는 곳, 손님이 왔다고 잠깐 촟불을 켜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옆집아주머니가 와서 뭐라고 말합니다. 저녁거리가 없어 옥수수를 얻으러 온 것입니다. 집주인은 얼마 안 되는 옥수수 알을 그릇에 담아 주었습니다. 자신의 집에도 먹을 것이 넉넉하지 않은데 나누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우리는 늘 부족함을 느끼는데, 오늘 하루 있으면 나누어먹고, 없으면 굶고 하는 이들의 모습에 누가 더 마음의 부자인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이 아이들이 어떤 사랑을 받고 있는 존재인지 깨닫게 하고 싶습니다.
나아가 이 땅에 꼭 필요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저에게 주신 남은 시간을 여기서 보내려고 합니다.
준비하고 있는 꿀리띠초등학교가 10월에 개교할 예정입니다. 이 아이들에게서 숨은 잠재력과 능력을 발견합니다.
흙속에 감춰져 있는 진주들이 바로 이 아이들임을 깨닫습니다.
이 진주를 캐내어 빛을 발하게 하는 일에 함께 해주시길 소망합니다.